
Orgin 4 변하는 시장과 변하지 않는 기준.
20년 넘게 빈티지 시계를 지켜보다 보면 시장의 변화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던 시계가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희귀한 모델은 아닙니다.
소중히 사용되어 온 아주 평범한 시계입니다.
물론 빈티지 시계는 오랜 세월 동안 수리와 부품 교체를 거듭하며 이어져 왔습니다.
그것은 이 문화를 지탱해 온 소중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수리된 시계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본래의 분위기를 간직한 채 소중히 사용되어 온 시계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계속해 왔기에 그 변화를 더욱 강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저는 희귀한 시계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는 시계 한 점.
누구도 본 적 없을 것 같은 시계 한 점.
그런 시계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물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험을 쌓아 갈수록 제가 진정으로 끌리는 대상은 조금씩 변해 갔습니다.
희소한 시계는 아닙니다.
소중히 사용되어 온 시계입니다.
케이스에 남은 자연스러운 윤곽.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다이얼.
억지로 만들어 낸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길러진 분위기.
그런 시계에는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시계를 예술품으로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디자인과 기술, 시대적 배경을 담아내는 문화로서의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시계는 앞으로도 손목에 차고 시간을 계속 새겨 나가는 실용품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안심하고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변해갈 것입니다.
가치관도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시계를 선택하는 기준만큼은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희소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도 아닙니다.
비싸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소중히 사용되었고, 앞으로도 소중히 이어갈 수 있는 시계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20년 넘게 빈티지 시계를 마주해 온 제가 지금도 변함없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입니다.



